한강 부친 한승원 "세상 발칵 뒤집어진 듯…전혀 기대 못했다"
라디오 전화 인터뷰서 "강이 소설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명작들"
2005년 한강의 이상문학상 수상 당시 시상식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85)은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기뻐했다.
전남 장흥에 거주 중인 한승원 작가는 11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당황했다"고 운을 뗐다.
한 작가는 "(노벨상 측이)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서 수상한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뜻밖에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이 전날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인 저녁 8시(한국시간) 직전인 오후 7시 50분쯤 스웨덴 측으로부터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그 사람들(노벨위원회)이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강이가) 그 기쁨을 엄마, 아빠한테도 말할 기회가 없이 전화를 받고 그랬는가 보더라"라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는 "한국어로선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어디다 내놔도 비극은 비극인데 그 비극을 정서적으로 서정적으로 아주 그윽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한 것"이라고 평했다.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아마 이야기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다음에 '소년이 온다'가 나왔고 그다음에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하고 4.3이 연결이 되면서 국가라고 하는 폭력,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그런 것들에, 여린 인간들에 대한 어떤 사랑 같은 거, 그런 것들이 좀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그것을 심사위원들이 포착한 것 같아요."
한승원은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나하나가 다 명작들이다. 이게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한승원은 전남 장흥군에 '해산토굴'이라는 이름의 집필실을 지어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939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올해 초에는 자전적 이야기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를 펴내는 등 왕성히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강 父 한승원 “딸, ‘전쟁 치열한 세상… 잔치 열 수 없다’고 말해”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는 ‘기자회견을 안 할 것’이라고 했어요.”
원로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 작가의 부친이다.
한승원 작가는 이날 딸 한강 대신 기자들 앞에 나서면서도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며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는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한승원 작가는 “(전날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세 출판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어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고 말했다”며 “양해해달라”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 소감도 생생하게 밝혔다. 그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4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자려고 자리에 들었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전날 잠을 청하며 자리에 누웠을 무렵 한 기자의 연락을 받고 딸의 수상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예상치 못했던 소식에 그는 도리어 전화를 건 기자에게 “혹시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며 되물었다고 했다.
딸의 문학세계에 대해 한승원 작가는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강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작인 ‘붉은 닻’은 제목과 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한강)에게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며 기쁨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여려서 큰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고 고민하는데 어젯밤에도 새벽 3시에나 잠을 잤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말하며 딸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 父女가 이상문학상 나란히 수상… “딸은 가장 좋은 소설가”
한승원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등을 펴낸 국내 대표 원로 작가 중 한 명이다.
한승원·한강 부녀는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진기록을 지닌 가족이기도 하다. 문학 속 세계를 만드는 능력을 빼다 박은 자식이지만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
한승원 작가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 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돌이켰다.
딸이 고등학생 시절 한글날 글짓기 대회에 출전해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부르겠다고 표현해 상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이것이 한강 작가의 유일한 학창 시절 수상이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한승원 작가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고 답했다.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이다.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아들·딸은 더욱 훌륭하다”며 한강을 치켜세웠다.
작가 한강을 한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한승원 작가는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느냐”며 겸연쩍게 웃고는 답했다.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입니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 새 역사 쓰다…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 노벨위원회가 직접 올린 '한글 이름'…한강 소감은 "한국 문학이 영감줬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11023200005?input=1195mhttps://biz.chosun.com/culture/culture_general/2024/10/11/ICK4EAWSE5E5FEKS7C74HTRVW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