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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검객’ 권효경, 한국 휠체어펜싱에 36년 만에 은메달 안겼다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좋네요” [2024 파리패럴림픽]

bling7004 2024. 9. 7. 08:27
‘나비 검객’ 권효경, 한국 휠체어펜싱에 36년 만에 은메달 안겼다

 

2024 파리패럴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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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경이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어릴 적에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육상을 시작했다. “뛰니까 숨이 차서 힘들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체력이 좋아지고, 하다 보니 승부욕도 생겼다.”
 
16살 때 지인이 펜싱을 권유했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칼을 잡았다.
 
“잡고 찌르는 느낌이 좋았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서 점수를 내는 것에 쾌감 또한 느꼈다.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23·홍성군청)의 이야기다.
 
권효경은 생후 6개월에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미술, 육상을 거쳐 휠체어펜싱을 시작한 게 2016년이다.
 
휠체어펜싱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비장애인 펜싱과 다르게 휠체어를 프레임 위에 고정한 채 경기를 해서 하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순간적인 빠른 스피드가 중요하고 상대를 속이는 고도의 심리전도 필요하다.
 
권효경의 주종목은 에페. 상체 모두가 유효 타깃이고, 어느 선수든 먼저 찌르면 득점이 된다.
 
소속팀이 있는 홍성군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그는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면 엄마에게 전화한다.
 
권효경은 “엄마가 희망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가족들과 소통을 자주 하는 편인데 내가 펜싱 하는 모습을 정말 좋아해 준다”고 했다.
 
3살 위 언니도, 비장애인인 쌍둥이 동생도 모두 그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하지만, 파리패럴림픽 경기 중에는 집에 일절 전화를 하지 않았다. 대회 중 전화를 하면 꼭 중요한 순간에 잘 안 풀리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권효경(왼쪽)이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앤둥과 경기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 4일(현지시각)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플뢰레 패자부활전 3라운드에서 떨어졌을 때 권효경은 취재진 앞에서 다짐했었다.
 
“경험이 계속 쌓이고 있으니까 에페에서는 꼭 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첫 종목 사브르에서 12위, 플뢰레에서 8위를 했던 그였다.
 
그리고, 6일 열린 주종목 에페 개인 4강전에서 2020 도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마릴라 베레스(헝가리)를 꺾고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 휠체어펜싱은 1988 서울패럴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따낸 뒤 패럴림픽 메달이 지금껏 하나도 없었다.
 
비록 권효경은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앤둥에 6-15로 패했지만 한국 휠체어펜싱에 28년 만에 메달을 안겼다.
 
은메달은 무려 36년 만이다. 패럴림픽 첫 출전에서 이뤄낸 쾌거다. 비록 결승에서 졌지만 권효경이 경기 직후 아주 환하게 웃은 이유다.
 
권효경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패럴림픽 첫 메달이다. 상상도 못 한 메달이어서 기분이 아주 좋다”면서 “다음 패럴림픽에 한 번 더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을 더 따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브르나 플뢰레 성적이 사실 아쉬웠다. 그냥 메달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다.
 
후회 없이 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 휠체어펜싱 사상 36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는 말에는 “제가 이런 기록을 내다니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가장 기쁜 순간에 제일 많이 생각나는 이는 물론 부모님과 가족이다. 권효경은 “부모님이 (한국에서) 걱정하시면서 지켜보셨을 것 같다. 이제 연락을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권효경이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포효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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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경은 ‘나비 검객’으로 불린다. 그의 왼팔에 작은 나비 문신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비 문신은 ‘새로운 시작’,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파리패럴림픽을 통해 훨훨 날아오른 권효경은 이런 말을 했었다. “펜싱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내 세상도 더 넓어졌다. 그래서 펜싱은 또 다른 내 인생의 첫걸음인 것도 같다.
 
스스로 운동을 좋아하면 장애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움직여야만 기회가 생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 잡는다.”
 
권효경은 움직였고, 당당히 패럴림픽 은메달을 움켜쥐었다. 그 기회는 물론 권효경, 스스로 잡은 것이었다.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좋네요”…‘나비 검사’ 권효경, 銀인데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파리2024]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상상도 못한 메달이에요.”
 

36년 만에 펜싱 금메달을 노렸다. 눈앞까지 왔는데 벽에 막혔다.
 
‘나비 검사’ 권효경(23·홍성군청)이 개인전 결승까지 올랐으나 아쉬운 은메달이다. 그러나 권효경은 “너무 좋다”고 했다.

 

청명하고 날카로운 기합소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권효경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결승에서 천위앤둥(중국)을 맞아 3라운드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6-15로 졌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로써 권효경은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박태훈이 동메달을 따낸 후 28년 만에 패럴림픽 휠체어펜싱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침체기에 머물러 있던 한국 휠체어펜싱에 새 희망을 안겼다.

 

금빛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1988 서울대회(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이후 36년 만에 금메달을 따낼 기회가 왔다.

 

이루지 못했다. 살짝 아쉽다. 그래도 권효경은 웃었다. 은메달도 36년 만이다. 충분히 좋은 성과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 후 권효경은 “패럴림픽 첫 메달이다. 상상도 못 한 메달이어서 기분이 아주 좋다. 다음 패럴림픽에 한 번 더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을 더 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36년 만에 최고 성적이라고 하자 “전혀 몰랐다.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기분이 좋네요. 제가 이런 기록을 내다니 너무 좋다. 지더라도 좀 홀가분하게 졌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 결승전 천위앤둥(중국)과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권효경은 준결승에서 헝가리의 베레스 아마릴라를 접전 끝에 15-13으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사실 이번 대회 권효경이 결승에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뛰어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경험 많은 세계 최정상권 선수들에게는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에페 단체전에서만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전 3종목(사브르, 플뢰레, 에페)에서는 모두 5위에 머물렀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러나 권효경은 남몰래 파리 패럴림픽을 위해 칼날을 벼렸다. 준결승에서 입증했다. 베레스는 2020 도쿄대회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정상 검객이다.

 

앞서 권효경은 2022년 9월 열린 휠체어펜싱 월드컵에서 베레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이때를 떠올리며 준결승에 임했다. 막판까지 1점 차 접전을 펼치다 끝내 마지막 포인트를 따냈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 결승전 천위앤둥(중국)과 경기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결승상대는 중국의 천위앤둥은 지난해 이탈리아 월드챔피언십과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이 종목의 새로운 최강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항저우대회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 여기에 단체전 사브르, 플뢰레, 에페 등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4관왕에 오른 중국의 에이스다.

 

실력은 더 정교해졌다. 이미 파리 패럴림픽에서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기세를 에페 개인전에서도 이어갔다. 그리고 권효경이 천위앤둥을 끝내 넘지 못했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 결승전 천위앤둥(중국)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1피리어드는 팽팽했다. 3-5로 끝났다. 2피리어드에서 밀렸다. 천위앤둥의 공격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어는 순간 4-12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3피리어에서 권효경이 다시 힘을 냈으나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권효경은 최선을 다했다. 기술과 투지를 모두 검에 담아 휘둘렀다. 상대에 조금 못 미쳤을 뿐이다.

 

승부가 끝난 뒤 마스크를 벗은 권효경의 표정에 아쉬움은 묻어있지 않았다. 특유의 환한 미소로 상대에게 악수를 청했다. 승부는 졌을지언정 매너와 스포츠맨십에서는 지지 않았다.

패럴림픽 펜싱 권효경
펜싱 대표팀 권효경(왼쪽)이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A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권효경은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후회 없이 한 것 같다”며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 숙소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다시 웃었다.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temp/olympics/1157416.htmlhttps://m.sportsseoul.com/news/read/1460160?ref=naver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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