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22대 총선 출마가 임박했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바뀌면서 ‘한동훈 역할론’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개각에 한 장관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른 장관들과 함께 교체될 경우 오히려 한 장관의 존재감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미 한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선두 주자를 지키며 웬만한 중진 이상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월 5~7일 ‘장래 대통령감이 누구냐?’는 차기 지도자 선호 조사에서 한 장관은 16%를 기록, 19%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고교 동기인 배우 이정재 씨와 만나 한 끼 식사만 했는데도 이씨의 연인이 경영하는 회사 주식이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지난 11월 대구·경북, 부산·경남, 충청권 등 전국 순회 현장에서는 한 장관의 지지자들이 몰리며 정치 유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의 등판 시기만 남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수도권 49곳 중 6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국민의힘 사무처 보고서가 공개된데다,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 등 국민의힘은 악재를 거듭했다. 이에 친윤계 실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는 등 기존 주류 세력의 2선 후퇴론이 현실화하면서 한 장관이 정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과연 여의도에서도 장관 때처럼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야권의 조직적인 공세를 받아치는 날 선 화법, 세련된 태도와 퍼포먼스는 ‘능력주의’에 대한 지지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지지층 다수는 보수 장·노년층으로, 그가 중도 확장력을 지녔는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월간중앙은 시험대에 오른 ‘정치인 한동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국내 정치평론가 10명에게 물었다.
주류에 서고 싶은 X세대의 대표주자
우선 정치평론가 다수는 진영을 불문하고 ‘한동훈 신드롬’이 총선까지 지속될 거라고 내다봤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은 “한 장관이 잘하는 게 언론을 잘 다루는 것이다.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가 나가게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또 특수부 수사를 통한 정무적 판단에도 능하다. 선거에 임한다고 신드롬이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가지고 있는 화제성과 폭발성을 감안하면 쉽게 저물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신드롬이 생긴 이유는 두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라는 점, 젊고 스마트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보다 더 똑똑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주목하는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4월 선거 이후에도 신드롬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동훈 신드롬에는 기성 운동권 세대(86세대)의 정치적 퇴장을 바라는 X세대(90년대 학번)의 열망이 담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태순 평론가는 “그동안 보수진영은 ‘너희가 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진보진영의 공격에 취약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 물음에 기죽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응한다. 거기에다 젊고 스마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장관이 패션과 아이템을 통해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X세대의 문화다. 최영일 평론가는 “예를 들면 한 장관이 빨간 책을 들었다고 민주당은 비판하는데, 이 같은 문화는 X세대의 특징이다. 참고로 한 장관은 대표적인 X세대다. 기성 관료주의에서 탈피하는 신선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동훈 신드롬은 그의 출마 선언 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홍준일 전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은 “정치에 뛰어들면 지금과 달리 혹독한 검증을 받는다. 지금 한 장관은 ‘셀럽’ 정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 지금의 인기가 실제 현상인지, 거품인지 판가름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장성철 평론가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다. 2인자인 한 장관의 긍정 평가도 높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도 “한동훈 현상, 즉 인기나 영향력은 보수층으로 협소해졌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한 장관에 대한 인기도 같이 감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중도층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과거 실패 사례의 전철을 밟게 될 거란 의견도 나왔다.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훈 전 의원은 “과거 안철수 의원 초기 신드롬이나 이준석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됐을 때만큼의 바람은 아니다. 한 장관이 패션에 신경쓰고,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보수를 넘은 중도층에서도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신평 변호사는 한 장관을 대표하는 ‘강남 엘리트’,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이미지가 외려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신평 변호사는 “한국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사람을 끄는 힘이고, 두 번째는 고난의 서사다. 한 장관에게는 후자가 없다. 보수에서는 상당한 인기와 현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중도를 품는 날은 결국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평론가들은 총선 출마 시 한 장관이 당선에 근접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출마 방식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렸다. 평론가 다수는 총선 이후 벌어질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한 장관이 폭발력을 발휘하려면 지역구 출마가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박상병 평론가는 “대권주자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오면 아무리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사실상 ‘대권 포기’로 읽힌다. 지역구에서의 경쟁력도 없어서 비례로 갔는데 누가 대권 후보로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영일 평론가도 “자신만의 지역구를 개발, 개척해내는 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보다 임팩트가 떨어진다. 당내 리더십을 끌어올리려면 수도권 접전지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평론가도 “비례대표, 혹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대구·경북 등에서 배지를 단다면 한 장관의 정치적인 위상과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될 거다. 당연하지만 서울의 박빙 지역에서, 그것도 야권 거물급 인사를 잡으면 정치적인 위상은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총선 진두지휘 역할 맡을 것”
이와 달리 국민의힘이 한 장관의 낙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선권에 속하는 강남 3구 출마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성회 소장은 “지역구로는 강남이 유력하다. 비례대표는 한 번 당선될 수는 있지만, 재선 도전에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자신만의 지역구를 가진 정치인과 없는 정치인의 정치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준일 에디터도 “한 장관을 험지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로 보면 용산도 험지다. 그런데 용산에서 출마한들 한 장관이 정말로 당을 위해 험지에 간다고 평가받을까? 한 장관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적당한 지역을 선택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장관의 경우 2012년 총선 당시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차기 대선주자로 지목되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선다고 영향력이 축소될 일은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윤석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맞게 된다. 따라서 한 장관이 비례 리더십, 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판을 진두지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태순 평론가는 “선거가 병립형으로 치러지면 비례대표 14번 정도를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유세를 하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 지역구로 출마하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구에 죽기 살기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전국을 다니면서 유세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군기 평론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단히 어렵다. 국민의힘도 그것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한 장관을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비례대표를 받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게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홍준일 전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은 “지역구라면 수도권에서 출마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 강남을 지역구로 삼아 출마하기도 어렵다. 비례대표가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치인 한동훈’의 비전도 궁금했다. 만약 한 장관이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국민의힘에서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현재 드러난 지표상으로는 한 장관의 몸값은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에서 선호도 4%로 처음 등장한 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고, 최근에는 지지율 16%까지 기록했다. 여권에서 한 장관만큼 상승세를 보인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평론가들 사이에선 한 장관의 대망론에 대해선 의견이 반으로 나뉘었다.
한 장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박상병 평론가는 “한 장관은 젊은 층과 여성층을 모두 품을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며, 그런 다음 당대표를 발판 삼아 대선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을 따라잡을 만한 후보는 현재 유승민 전 의원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일 소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당선 이후에는 젊은 당대표가 되기 위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다. 중진들도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에는 대통령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대권후보로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77%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지만, 아직까지 당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변화 올까
반면 한 장관이 대권후보가 되기에는 한계가 극명하다고 보는 평론가들도 상당했다. 그들은 한 장관이 ‘윤석열 2인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거론했다. 김성회 소장은 “다음 대선에 나가려면, 법무부 장관으로 남아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수사를 해야 한다. 즉, 맞서는 포지션으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반(反)윤석열 전선에 가기 전까지는 (대권주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성철 평론가도 “정치적인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권력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안 되고,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지금처럼 높으면 윤석열의 아바타로 인식되는 한 장관은 정치적인 미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한 장관 대망론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 이후 한 장관으로 권력의 무게 추가 쏠릴 경우 대통령실의 견제가 뒤따를 텐데 그 시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려면 대통령실과는 다른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오히려 한 장관이 윤 대통령하고 이번 정부 들어서 대립각을 세웠으면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차기 대권주자의 외적 골격은 만들어가고 있지만, 한 장관은 스스로 지지층의 한계를 그어버리고 있다. 중도 확장 가능성을 닫는 대표적인 행위로는 윤 대통령처럼 이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과 보수를 표방하는 행위다. 이제는 중도를 바라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 내외로부터 독립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8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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